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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창업, 세 번의 도전들을 돌아보며 : 3. Go to the VR

4 min readDec 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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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세 번째 도전, VR

같이 VR 창업을 하기로 하고, 첫 번째로 한 것은 VR 개발을 위해 컴퓨터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뭘 만들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VR 개발을 위해 좋은 사양의 PC가 필요하다는 건 알았다. 당시 가진 돈을 전부 털어 200만원짜리 PC 두 대를 주문했다.

1. 무엇을 할 것인가

말보다 액션을 선호하는 스타일이지만, 우선 어떤 걸 만들지 발산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VR을 잘 알아야 하는 법, 매일 출근하자마자 오큘러스를 쓰고 노는 것 부터 시작했다. VR을 쓰고있는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더 길었다.

그러면서 생각나는 것들을 아이디어 리스트에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우리에게 어떤 니즈가 있는지 찾아서 적어넣었다 그냥 하면 되는 경험들도 굳이굳이 VR로 대체해 경험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디어 뭉치가 쌓여갔고, 우리는 그 중 어떤 것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채택해 실행에 옮길지를 논의했다.

특히

  • 가설이 명확한 것
  • 빠르게 검증해 볼 수 있는 것
  • 불공정한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것 (기존 타 기업과 다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 )
  • 반대로 우리가 Unfair Advantage를 가질 수 있는 것

등의 기준을 놓고 여러 후보를 이야기했다.

여러가지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지들 중, 우선순위를 매겨 차례대로 실행해보기로 했다.

그 중 첫번째는, WebXR 플랫폼 2wsz였다.

2. 2wsz.com 제작

왜와 무엇을이 정의된 후에는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우선 원래 시그널/스타미에서 디자인을 맡아주던 친구와, 갓 전역한 고등학교 동창(카이스트 전산과)를 납치해 데려왔다. 타이밍 좋게 원래 쓰던 공유 오피스가 열렸고(사랑해요 스프링캠프), 크런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만에 MVP를 완성시켰다.

MVP에 대한 개별적 반응(홍보 게시물에서의 댓글 등)은 좋았지만, 유입과 리텐션은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였다.

원 디자인(좌)와 현재 모습(우) 다양한 시도를 빠르게 많이 하느라 디자인이 조금 뭉개졌다. 미안….

제품 혁신을 다짐하고 큼직큼직한 가설과 컨셉 변화로 유저에게 다가갔다. 크게 사람/콘텐츠/전달 방식이라는 3가지의 꼭지를 잡고 다양한 방향을 시도했다. 큼직한 기능 추가를 넘어, 아예 제품 컨셉의 작은 피벗까지.

그렇게 3주 정도를 버닝했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운 지표는 여전했다.

우린 제품 실패를 결정하고 다른 가설들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3. 프리토타이핑의 연속

우선 한 달 동안 VR에 푹 빠져 살면서 느꼈던 니즈와 페인 포인트들을 다시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VR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여러 번의 프리토타이핑을 통해 니즈를 파악해 보기도 했다.

당시 함께하던 고등학교 동창이 복학하기로 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기에, 우리는 그 전에 PMF를 찾아 그 친구를 붙잡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명확한 니즈와 예상 검증 기간 등을 기준으로 차례차례 프리토타이핑을 통해 테스트해나가고 있었다.

아쉽게도 반응이 오는 건 없었고, 고등학교 동창 친구는 복학 준비를 위해 예상보다 일찍 본가로 내려가게 되었다.

어찌 보면 급할 이유가 하나 사라진 셈이기에, 오히려 홀가분하게 더 크고 묵직한 가설을 테스트해보려는 때였다.

4. 코파운더의 이탈 선언

코파운더가 이탈을 선언했다. 조금 더 물어보니, 단순한 변심이 아닌 다양한 요인들과 삶의 방향에 대해 고심한 후 결정한 것이었다.

머리가 복잡해졌고, 두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 나가는 사람 붙잡지 말자. 억지로 붙잡아서 남아있는 사람은 코파운더가 아니다.
  • 그래도 난 이 친구가 좋고, 능력적으로도 괜찮다. 붙잡아서 함께하고 싶다.

두 생각의 타협점으로 나는 딱 한번만 붙잡기로 했고, 설득은 실패했다.

그걸 인정하고, 이제 나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코파운더도, 궤도에 오른 프로덕트도 없었다.

현역 미필이었고, 산업기능요원을 하려면 올 해 안에 시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올해 초, 9월까지 코파운더도 궤도에 오른 프로덕트도 없다면 산업기능요원을 시작하자는 다짐을 해두었었다. 그 다짐이 정말 이렇게 쓰일줄은 몰랐지만….나는 많은 고민 끝에 산업기능요원을 시작하게 된다.

(그 고민과 결정 과정들은 다음 글에 담겨 있다.)

그로써,,,내 첫 번째 창업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창업이 끝난 건 21년 9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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